B a c k g r o u n d


이능력자의 존재가 대중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1889년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판결한 '와이즈먼 호 침몰 사건' 입니다.
재판은 선박 소유주인 무역회사의 청구와 달리, 배가 침몰한 이유가 천재지변이 아니라는 보험사의 주장에서 시작됐습니다.
사장의 아들이자, 사망한 승객이었던 존 와이즈먼의 '초자연적인 힘'이 사고의 시발점이란게 원고 측의 판단이었던 겁니다.

일련의 과정은 모두 각설하고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3심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고 피고 측의 중대한 과실이 증명된 바
보험사는 법적으로 보상하지 않을 사유를 들어 무역회사의 청구를 기각하게 됩니다.




실상 행정부를 포함한 극소수의 관계자는-이능력자 위정자라든가- 이미 '초자연적인 힘'의 실존을 인지 했습니다.
당시엔 그들의 수가 매우 적었던데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을 염두하여 기밀에 부치고 있었을 뿐입니다.

와이즈먼 호 사건이 처음 지방 법원에 접수 되기 전, 정부는 여느때와 같이 평범한 해상사고로 위장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보험회사가 자체적으로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며 얻어낸 진술을 언론에 공개 해버립니다.

사고의 생존자들은 배가 침몰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으로 존 와이즈먼을 지목하고 있었으며,
그들이 상황을 묘사하는데 사용한 수식어와 낱말엔 매우 확신에 찬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각종 신문을 통해 일련의 소식이 전해지자, 사건은 곧 미국 전역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제 재판은 진위 여부를 떠나 사법부의 권위가 달린 문제가 되었습니다. 조사와 심리는 진지하고 면밀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최초로 이능력자의 존재를 공식화한 법정 기록은 그들의 능력을 이렇게 정의 합니다.

'불가해하나 작용함은 충분히 인지 할만한, 고도로 위력적인 힘'



잘못 꿰어진 단추

대다수의 시민들은 와이즈먼 호 사건 생존자의 증언을 통해 이능력자의 가공할만한 힘과 마주했습니다. 악마의 주술이나 파괴적인 마법과 혼동할 여지는 충분 했습니다. 미지와 불확실성은 불안과 혼란의 원천. 국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진실을 은폐한 책임을 져야했습니다. 이 연유를 알 수 없는 능력을 통제코자 원리를 이해하려는 실험과 연구가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씨커seeker라 불리며 광적인 동경과 흔한 멸시에 등을 떠밀리듯 주립 감호소로 자진하여 들어왔다. 그러면 흰 가운을 입은 놈들이 그들의 팔뚝에서 하루걸러 15cc의 피를 뽑아가거나, 말과 같은 속도로 공터를 쉼없이 달리게 하여 지쳐 쓰러진 사람의 체온을 재고 가슴에 청진기를 댔다. 호송차가 싣고 온 죽은 이들은 당췌 성한 채로 들어오는 법이 없었는데, 연구소 관계자들은 '상사가 손상입은 표본에서 제대로 된 결과를 얻어내길 바란다'며 탄식했다.

이능력자들에게 20세기 초반은 그야말로 가혹하고 암울한 시간이었습니다. 대다수의 수많은 가설과 이론이 떠올랐다 사라졌으나 그중 어느 것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했기에, 어느 순간부터 '왜'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보다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 했습니다. 그 질문들이 대상의 존엄과 현실을 포함하고 있는지는 차치하고 말입니다. 

M A K E  L O V E ,  N O T  W A R .

1940년 세계대전 당시 사령부는 비밀리에 '섹션 13'이라는 테스크 포스를 창설하여 이능력자로 이루어진 게릴라 부대를 편성하였습니다. 주요한 군사 시설을 파괴하고, 적진에서 군대의 길을 열어주고, 기밀을 밝혀냈습니다. 그들은 희소성 있는 무기로서의 가치를 증명하였고  '전쟁 영웅'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었습니다.

폭력의 역사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사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가파르게 치솟는 인구 상승율에 비례하여 이능력자로 발현하는 *'엑시더Exceeder'의 수 또한 유의미하게 올라갑니다. 세대와 가치관이 빠르게 변하고, 이해관계는 과거에 비해 점점 복잡하게 얽혀갑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일반 경찰조직에 관리를 일임한 현행방식으로는 급증하는 이능력 관련 사건사고를 감당 하지 못할것이란 내부 보고가 나오는 중이었습니다.


1967년, 전담기관의 필요성을 느낀 정부는 과거 섹션13에서 활동했던 각료와 전문가를 규합하여 법무부 산하에 초자연범죄수사과(Preternatural Criminal Investigation Division)를 창설합니다. 조직은 착실히 범위를 넓혀갔고, 1981년 조직 개편과 함께 오늘날 PAnIC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씨커

당시엔 이능력자임이 알려진 이들은 대개 직장을 잃거나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일자리와 거주지를 찾아 전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고 그런 모습을 낮잡아 묘사하던 표현이 얼마 안가 이능력자 전체를 아우르는 이름이 됐다. 현재는 공적인 자리에서 쓰이지 않는 말이지만 종종 이능력자에게 모욕을 주는 멸칭으로 쓰이기도 한다.

*엑시더

 그들의 인간 초월적인 면모를 부각하여 압축한 신조어로, 40년대 중반 이능력자 참전자들의 활약이 알려지면서 어느 유명 작가의 칼럼에서 처음 사용된 단어이다. 현재까지 일상생활에 가장 널리 알려진 명칭이 되었다. 다만 학계에선 여전히 '이능력자'를 표준적인 표기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