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E OF ALASKA : THE LAST FRONTIER
미국 최서단에 위치한 곳. 캐나다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주도(主都)는 주노Juneau, 최대 도시는 앵커리지Anchorage 입니다.
전역의 절반 이상이 국유림이며, 그 안에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국립 공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역의 경제소득은 천연가스와 석유 산업으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어업과 관광업, 군사 기지 또한 중요한 수입원입니다.
본토의 행정구역 내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이지만 인구 밀도는 50개 주 중에 최하위입니다.
중남부의 큰 도시를 벗어나면 외곽 지역엔 만 명이 채 넘지 못하는 곳이 즐비합니다.
터무니없이 넓은 땅덩어리에 거주구역은 점점이 흩어져있는 탓에 알래스카는 늘 치안을 책임져야하는 공권력의 미미함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초자연기능정보 통제국 : 알래스카 지부
사무소의 위치는 페어뱅크스 입니다. 여타 지역 사무소와 마찬가지로 정보과, 수사과, 기술과, 인사과 구조입니다.
수사과는 담당 관할로 세분하여 북부/북서부/동부/중부/남부의 총 다섯 부서가 있으며, 각 부서당 한 명의 치프가 현장에서 요원들을 지휘합니다.
치프는 업무의 효율을 위해 숙련된 선임요원 중에서 팀장을 선임할 수 있습니다. 헤드 부재시 요원들의 통솔 혹은 수사의 분담이 목적입니다.
알래스카 지부는 다른 지역 사무소와 달리, 기관 본연의 임무 외에 조난자 수색 및 밀렵꾼 검거, 레저객와 관광객의 안전 지도같은 지역의 치안도 함께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특성상 관할 구역 대비 인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인지라 산악 구조대, 지역 보안관과 연계하여 인력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기관 간의 협의를 이룬지 올해로 11년째입니다.
각 연계기관은 집중 단속과 신속한 대응을 위해, 부서 관할 지역의 베이스 캠프에 순번을 정해 일정기간 머무르게 하고있습니다. 이 기간에 본부로 들어오는 제보와 신고는 핫라인을 통해 바로 당직중인 부서로 전달 됩니다.
알래스카 지부는 업무의 강도에 비해 인사고과에 가산이 될 만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곳이란 인식이 강합니다. 가치가 넘치고 아름답지만 고립감마저 느끼게 만드는, 혹독한 근무지의 조건도 기피의 이유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 수사과로의 발령을 좌천이나 보복성 인사와 같은 의미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사실무근입니다. 소문과 달리, 직원들의 근무지 이동 반려 사유는 언제나 인력난 때문입니다.
4월의 초입입니다.
마지막 개척지를 향해 여행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러니 누군가는 시장한 코디악 불곰에게 꿀을 먹여주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저지해야만 합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세요. 이 땅은 알래스카에 풀이 자라고 꽃이 핀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사람조차 살 수 있는 곳입니다.
페어뱅크스를 떠난 베이스 캠프에서의 생활이 한번이라도 만족스러웠던 적이 있었던가요? 보안관들의 북부 관할 당직이 곧 끝나면, PAnIC 사무소가 다음 순번을 맡아야 할 차례입니다. 우리는 그저, 비교적 온화해진 날씨 덕분에 수도관이 동파 할 일도 없고 그 탓에 눈을 끓여 목욕물을 받아야 할 일도 없음에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냉장고 정리를 마쳤습니다. 배달 우유와 구독중인 신문도 잠시 끊어두었고, 사랑하는 반려동물도 펫 호텔이나 이웃에게 맡겼습니다. 캐리어에 알맞게 들어찬 짐이 평소와 더도 덜도 다른게 없군요.
지퍼가 톱니 맞물리는 소리를 내며 닫히는 순간이었습니다. 출장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줄곧 미뤄두었던 탈력감이 두 손을 늘어뜨리게 만듭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있는거지?'
근래 들어 이능력자 중에서 등급을 갱신하지 않고 Omissinon으로 방치하는 사례가 많아졌어요.
70년대 히피들의 사회저항 일환으로 나타난 집단적 움직임과는 결이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저소득 빈곤층, 저연령대로 갈수록 더 그런 경향이 강해지는데요. 네, 확실히 좋은 징조는 아니죠.
하지만 이것은 결코 테스트를 법으로 강제하고, 등급 누락자를 강하게 처벌한다고 해결 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닙니다.
대중의 생각과 달리, 이능력의 제어는 타고난 역량보다 꾸준한 교육과 반복적인 훈련이 보다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지속적인 연구로 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매우 충분해요. 이 문제가 어딘지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어느 티비 쇼, 사회-이능학 연구자의 담화 중에서.
불과 며칠 전 일입니다. 기관 협력 회의에 참석했다 돌아온 지부장이 욕지거리와 함께 자료 꾸러미를 내동댕이쳤고 보좌관은 길길이 날뛰는 상사를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현재 타 기관들과 연계되어 있는 이 '협력체제'는 2014년, 지부장 K의 발제로 시도된 사업이었습니다. 경찰 인력의 부족이 알래스카 주의 고질적인 문제임은 사실이니, 당국은 제안을 반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특정 집단'을 비호하는데 급급하다는 조직의 이미지를 타파하고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국가 기관이 되고자... 놀랍게도 그 당시 K 지부장은 타당성 있는 시도라 굳게 믿는 눈치였고, 실무팀은 날벼락처럼 떨어진 과중한 업무에 미치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K는 2017년에 지부장을 그만 둔 뒤 책을 몇 권 쓰고 강연을 다니다가, 지금은 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사무소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인력은 전보다 착실하게 충원되고 있는데도 직장에서 항상 격무에 시달리는 이유를 말입니다. 냉장고 없이도 얼음을 만드는 사람은, 얼음을 만들 뿐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엑시더에게 갖고있는 여러 측면의 편견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 착각은 우리가 순간이동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강도를 쫓는 동시에 , 아득히 270마일을 뛰어넘어 모텔에서나 할 법한 짓을 국유림 어느 구석에서 저지르는 커플에게 신속히 과태료까지 물리기를 바랍니다.
현재 사무소의 헤드는 11년 전 수사과의 과장이었으니, 이 시스템의 부조리를 몸소 체험한 사람 입니다.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든 개선해보려는 시도는 여러번 있었지만 설득해야 할 기관의 임원들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 합니다. 어느 누가 거위의 배를 제 손으로 가르려고 할까요?
모든게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심신이 지쳐가는걸 둘째로 치고서요.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크레바스처럼, 그것이 얼마나 깊고 날카롭든지, 위태롭게 덮인 눈 위를 밟기 전까진 존재를 눈치채지 못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균열에 빠질 것 같은 불안을 품고 있습니다. 이 주일의 출장이 늘 그렇듯 타성에 젖어 권태롭기 짝이 없는 일상이길 바랍니다. 기우는 그저 기우로 그치길 말입니다.